창작에 관한 사소한 토크
문서(Text) 2011/11/08 06:21
Urae : 습작가들은 대부분 살인, 강간, 섹스 등의 소재를 절제없이 사용하고 있고, 그것이 글에 있어서 아주 치명적인 단점으로 눈에 띄는데.
Z : 문창과 신입생들의 경우 그와 같은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소재에 99%는 덤벼들곤 하는데, 이들의 학년이 올라갈 수록, 그런 소재를 쓰는 빈도가 1%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든다.
Urae : 그들의 표출 자체가 내면의 욕망이나 열등감, 갈등을 정제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읽는 이에게 심리적인 거부감을 주게 되는 것 같다. 답답하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의 표현을 자제하지 못하는데, 그것이 독자에게 있어선 길을 걷다가 갑자기 누군가가 다리를 붙잡고 이해하기 힘든 개인 사정을 늘어놓으며 하소연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소재가 문제가 아니라, 그런 과정 탓에 공감이 힘들다.
Z : 고등학생 공모전에서 심사평을 보면 왜 청소년들이 쓰는 글이 다들 청소년관람불가나 다름 없는 내용을 쓰느냐며 문제제기를 하곤 한다.
Urae : 자기 취향과 작품성은 반드시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자기 관심사는 작품에 반드시 필요한 것 외에는 반영이 불필요하다.
Z : 개인적인 취향으로선 쿠엔틴 타란티노를 좋아한다.
Urae : 타란티노의 킬빌은 잔인하고 매니악한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사실 그런 성공은 작품이 내면적 표현의 정제에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자기정제 없이 터부적 요소를 작품에 반영하는 것은 자기 목을 조르는 것이나 다름 없다.
Urae : 습작가들의 터부적 소재 선호가 혹시 심리적 기제에 영향이 있나.
D : 꼭 한 가지 기제가 있다고 잘라 말할순 없고, 다만 자의식은 과잉인데 경험이 없으니,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만 접근하는 탓이 있다. 관념, 추상같은 정신세계의 개념들은 끝없이 확장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팽창이 폭주하는 경향이 있다. 추상적인 것에 대한 실감을 느낄 수 없으니 과잉이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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